감각통합 장애로 오해받기 쉬운 자폐 스펙트럼과의 구분법
감각통합장애와 자폐 스펙트럼은 유사한 행동 특성으로 혼동되기 쉽습니다. 이 글에서는 두 상태의 차이점과 정확한 구분 기준, 진단 접근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합니다.
감각통합 장애와 자폐 스펙트럼, 왜 혼동될까요?
부모가 아이의 발달을 관찰할 때, 아이가 특정 자극에 과하게 반응하거나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“혹시 자폐인가요?” 혹은 “감각통합에 문제가 있나요?”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. 실제로 '감각통합장애(SPD: Sensory Processing Disorder)'와 '자폐 스펙트럼 장애(ASD: Autism Spectrum Disorder)'는 초기 행동 양상에서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. 하지만 두 진단은 기준, 원인, 치료 방향, 예후에 있어서 명확히 다른 영역입니다.
감각통합장애(SPD)란?
감각통합장애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뇌가 적절하게 해석하고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신경 발달상의 문제입니다.
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:
- 특정 소리, 빛, 촉감, 냄새에 과민하거나 무반응함
- 감각 자극을 과도하게 추구하거나 회피함
-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잘 조절하지 못함
- 힘 조절, 균형 유지, 글씨 쓰기 등에서 협응력 부족
- 자극에 따른 감정 반응이 과하거나 예측 불가능함
이러한 증상은 주의력 문제, 불안정한 자세, 감정 기복, 수면 문제 등으로 확장되며, 일상생활과 학습, 사회성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. 그러나 감각통합장애만 있는 아동은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은 상대적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.
자폐 스펙트럼 장애(ASD)란?
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결함과 제한된 행동 양상이라는 두 가지 핵심 특성으로 진단됩니다.
주요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(DSM-5 기준):
-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
- 눈맞춤 회피
- 또래와 관계 형성 어려움
-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결핍
-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
- 손 흔들기, 물체 돌리기 등 자극적 반복 행동
- 일상적인 루틴 고수, 변화에 대한 과민 반응
- 특정 주제에 집착적 관심
자폐 아동의 상당수는 감각처리 문제를 동반하고 있지만,
자폐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사회적·정서적 교류의 어려움입니다.
즉, 감각처리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자폐는 아니며,
자폐는 감각 이상 + 사회성 결함이 동시에 관찰되어야 합니다.
감각통합장애 vs 자폐 스펙트럼 비교표
항목 | 감각통합장애 (SPD) | 자폐 스펙트럼 (ASD) |
핵심 문제 | 감각 처리 및 통합 기능의 결함 |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결함 |
감각반응 | 과민, 무반응, 감각추구 등 다양 | 감각 이상 자주 동반되나 핵심은 아님 |
사회성 | 대인관계, 눈맞춤 등은 대체로 가능 | 타인에 대한 관심 부족, 교류 시도 적음 |
의사소통 | 언어 발달은 비교적 정상 | 언어 지연, 비정상적 억양, 비언어적 표현 결핍 |
반복행동 | 감각 조절 위한 움직임 (ex. 빙글 돌기) | 상동행동 + 일상 고정 패턴 고수 |
상호작용 반응 | 상호작용 시 반응하며 관계 유지 가능 | 상호작용 요구에 반응하지 않거나 회피 |
정서 표현 | 감각 자극 상황에 따라 감정 기복 있음 | 감정 표현 자체가 제한되거나 비일관적 |
평가 도구 | 감각 프로파일, SIPT, SPM 등 | ADOS, ADI-R, K-CARS 등 정식 자폐 평가 |
감각통합장애일 가능성이 있는 경우
- 놀이 중 소리, 냄새, 촉감에 유난히 민감하거나 회피 행동을 보인다
- 자극이 필요해 계속 몸을 움직이며 가만히 있지 못한다
- 특정 질감의 옷, 음식 등을 극도로 거부하거나 집착한다
- 자세 유지나 움직임 조절이 어렵고 자주 넘어진다
- 그러나 다른 아이들과 소통하고 눈을 맞추며 상호작용은 잘 한다
- 말은 잘 하지만 감각 자극이 있을 때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
👉 이런 아동은 사회성이나 의사소통은 유지되나 감각 자극에 대한 반응이 과하거나 불규칙한 경우가 많으며, 전문적인 감각통합치료가 효과적인 개입이 될 수 있습니다.
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고려해야 할 경우
- 이름을 불러도 잘 반응하지 않고, 시선을 회피한다
- 또래와 함께 노는 것보다 혼자 노는 걸 선호한다
- 언어 발달이 늦거나, 말이 있어도 의사소통의 기능이 약하다
- 동일한 놀이만 반복하고, 놀이 상징성이 부족하다
- 변화에 대한 저항이 강하고 일상의 루틴을 고수한다
- 감정 표현이 어색하거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
- 손 흔들기, 회전하기, 물체 정렬 등 반복행동을 자주 한다
👉 이러한 특성은 감각 이상을 넘어서는 사회성의 본질적 어려움을 나타내며, 발달소아정신과 또는 발달심리전문가의 정밀 평가가 필요합니다.
감각 이상은 공통점, 핵심은 '사회성'
두 상태 모두에서 감각 과민·과소 반응, 반복 행동, 감각 추구 등이 관찰되지만 그 근본적 이유와 반응의 맥락은 분명히 다릅니다.
공통 행동 | 감각통합장애 해석 | 자폐 해석 |
손을 흔듦 | 감각을 조절하려는 자가진정 행동 | 자극 추구 + 사회적 맥락 이해 부족 |
소리에 놀람 | 청각 과민 반응 | 청각처리 + 사회적 불안 가능성 동시 존재 |
돌고 뛰기 반복 | 전정 자극을 추구 | 자극 추구 + 맥락 무시 반복행동 가능성 |
눈맞춤 피함 | 자극이 과해져 회피 | 타인과의 교류 자체에 관심 없음 |
결국 감각 이상은 '있느냐 없느냐'가 아니라, 그 자극에 대한 반응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.
정확한 진단을 위한 평가 접근법
1. 감각통합 전문 평가
- 감각프로파일(Sensory Profile)
- SPM (Sensory Processing Measure)
- SIPT (Sensory Integration and Praxis Test)
→ 감각처리 패턴 분석, 자극 반응 특성 파악
2. 자폐 스펙트럼 전문 진단
- ADOS (자폐진단관찰척도)
- ADI-R (부모 면담)
- K-CARS (한국형 아동 자폐 평가 척도)
→ 사회성, 언어, 반복행동, 적응행동 전반 평가
3. 전문가 다학제 진단
- 소아정신과, 발달심리전문가, 작업치료사, 언어치료사 협진
- 다양한 영역에서의 행동 관찰과 검사를 통해 정확도 향상
감각통합장애와 자폐의 구분
감각 이상 행동이 있다고 해서 자폐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. 반대로 사회성의 본질적 결함이 있다면 단순한 감각통합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. 두 상태는 서로 겹칠 수 있지만, 완전히 같은 것이 아니며 아이에게 맞는 개입을 위해서는 정확한 구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. 혼동은 개입 시기를 놓치게 만들고, 불필요한 낙인이나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. 정확한 진단은 아이의 현재를 이해하고, 올바른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작점입니다.